2009년 4월 11일 토요일

부활절



예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종종 서초 성당에 들려서 십자가를 바라보며 잠시 앉아있다가 오곤 한다. 스테인글라스에서 비추는 색색의 햇빛에 중앙에 걸려져 있는 커다란 십자가가 인상적으로 보이고, 잠시 눈을 감고 묵상하고 있다가 눈을 뜨면 불빛없는 성당의 모습이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더욱 밝아보이는 것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에는 본당 안에 십자가가 내려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마 성금요일을 위한 상징으로 그렇게 했나보다. 십자가가 떼어지는 건 줄 몰랐다. 그 퀭한 자리를 보고 묵상을 하면 좋았을 텐데, 어떤 아주머니가 '여긴 아무 것도 없으니...'하고 들어가려고 하는 나를 막고서는 '성체도 지하에 있어요..'한다. 이런 원하지 않는 친절을...

아마 이제 곧 부활의 장식이 덧붙여지겠지. 우리 동네에 있었던 뉴저지의 루터교회가 생각이 난다. 작은 교회였지만 부활절은 즐거웠고, 밝았고, 제대는 아름다왔다. 교인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산 백합은 향기로왔고 아이들은 흰 옷을 입고 뛰어다녔다.

토요일에 예진이와 광염교회 부활절 프로그램에 다녀왔다. 선생님들이 수고를 많이 하셨다. 한 시간씩이나 늦게 끝나서 기다리는 사람으로서는 힘들었지만 준비하고 진행하는 분들의 수고에 비할 바는 아닌 듯 싶다. 게다가 점심까지 준비하시느냐 여러 사람들의 수고가 많았다. 다들 부활의 기쁨을 더 진하게 느끼실 수 있기를.

내일 광염교회에서 성찬식과 함께 부활 예배가 있다. 감사합니다, 주님. 주께서 부활하셨습니다!

Happy Easter!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