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0일 목요일

은교 이야기

은교와 나는 먼 친척- 외가쪽으로 먼 친척이다. 어릴 때 서로 만나 논 기억은 있는데 다시 만난 것은 미국에서였다. 멀리서 언니가 왔다고 어찌나 알뜰하게 챙겨주었는지 모른다.

은교는 이민 생활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성경공부를 하면서 주님을 아는 기쁨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모습이 내게도 너무 기뻤고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거리라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외로운 미국 생활에서 늘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은교의 기도제목 중 하나는 믿지 않는 부모님이었는데, 지난 해에 은교 아버지가 암이라는 이야기를 친정 엄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은교가 아버지를 위해 미국에서부터 달려 왔다는 것도.

수지구 상현동...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혼자 찾아가기 무리라는 먼 길이었지만 미국서부터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울며 온 은교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서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기도하고 또 CD도 드리고 복음도 전하고 - 전혀 반응하지 않으셨지만- 그러고 와서 기도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메일을 확인해 보니 은교 엄마의 친구이기도 하고 또 우리 어머니의 친구이기도 한 행원이 아주머니가 복음을 전했다는 - 그리고 영접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하나님이 하셨구나 싶다. 그 감동의 편지 일부를 붙인다.

며칠 못 갈거라는데 하나님이 나를 괴롭게 하셔. 그냥 이 세상을 떠나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자꾸 드는거야.

행사로 엄청 바쁜 우리교회 목사님을 모시고 우리 교회식구와 의논해서 무작정 가서 기도하고 낙교아빠(기운이 빠져 누워서)귀에 성경귀절 읽고 예수님을 전하니 그 자리에서 다 받아들이고 아멘하며 너무 감사하다고 해.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어.그 이튿날부터 헛소리가 씻은듯이 없어지고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고 해옥이가 목사님 한번 더 와 주실 수 없느냐고 해서 밤에 또 모시고 갔는데 세상에 이틀사이에 얼마나 얼굴이 맑고 평화롭던지.. 그것이 지난 토요일인데 오늘까지 잘 견디고 계신다고 하네.

은교가 와서 하루종일 성경읽고 기도하고 간호하고 낙교아빠 예수님 알고 안식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시겠지.

해옥이 말이 남편이 며느리한테도 행원이아줌마 나가는 교회를 다니라고 권유했다니 너무나 감동이지 뭐야.

얼마를 더 사실지 아무도 모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천국의 소망을 가지고 떠나시기를 바랄뿐. 두번째날엔 기운도 좀 차리고 휴게실에 나와서 성경책펴놓고 목사님을 기다리는데 목사님도 병에서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시고 병원교회 나가고 수시로 기도하시라고 하고 왔는데 내 마음이 너무 기뻐. 해옥이 남편이 희망을 갖고 있다가 또 두번째 항암치료에 들어가자는 의사말에 충격을 받고 생의 의욕을 다 잃어버린것 같아. 많이 기도해 줘.



주님 저도 이 귀한 일에 기도로 동참하길 원합니다....

내가 올 해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일 중에 하나는 아는 사람들이 조금씩 말렸음에도 인도하심을 따라 그 집을 찾아간 일이 아닌가 싶다. 은교도 언니 올 필요 없어, 하고 친정에서도 거기 혼자 가겠냐고 걱정 했지만 하나님은 그 날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를 보여주시며 동행하시는 주님을 체험케 하셨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기쁘다는 느낌이 아니라, 황송하다는 느낌이다.

2010년 5월 18일 화요일

지성에서 영성으로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아버지 드리려 사놓고서 한동안 방 한구석에 얌전히 놓아두었는데, 큐티 모임을 같이 하는 혜련 자매님이 읽고 너무 좋았다고 평을 해 주셔서 오늘 드디어 첫 장을 넘겼다.
이어령 교수님은 대학교 입학식에서 특강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 그 내용이 기억나는, 정말 재미있었던 특강이었다! 그러나 뭔가 대단한 지성인이라는 선입견에 그 책이 그리 재미 없겠다는 근거없는 생각에 별로 읽고 싶지 않았나 보다. 원래 읽지 않은 책을 보면 가만히 못 두는 성격인데...
처음에는 좀 읽다가 눈 좀 붙여야지 싶었는데, 뒷쪽으로 갈수록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책 페이지를 붙들고 꺼이꺼이 울었다. 이어령씨의 딸 민아씨의 모습이 내 아버지와 나의 모습이 되고, 어머니로서의 민아씨의 모습이 또 내 모습에 투영되면서 내가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화려하게 쓰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고 정직하게 쓰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어령씨는 자신의 솔직한 모습, 약한 모습을 담담히 적었다. 공저자라고 할 수 있는 민아씨도 자신의 인생에서 겪은 고통- 암투병, 자폐아였던 자식과의 문제 등등-이 어떤 것이었는지, 갈등과 회의가 무엇이었는지 정직하고 또 숨김 없이 적었다. 이런 솔직한 모습 속에서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은혜다.

2010년 5월 14일 금요일

교회 이야기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부담감이 얼마 전부터 있었습니다.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고 제가 어떻게 교회생활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은 미국에서 우리 가족에게 가장 알맞은 교회를 준비하시고 인도해 주셨습니다. 미국에서 가족들이 교회만 제대로 적응해도 삶이 절반 이상은 수월해 지는 것 같습니다.아쉽게 그 교회와 작별을 고하고 떠나오면서 우리 부부에게 - 특히 남편에서 들었던 부담은 믿지 않는 부모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IHOP에서 받은 '무엇보다도 너는 좋은 아들이다'라는 예언의 말씀을 붙들고 시댁 어른들을 모시고 나갈 교회를 찾았고, '감자탕 교회'로 유명해진 광염교회에 함께 등록하고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광염교회 첫 주의 설교에서 목사님이 설교 중에 회중들을 향하여 효도하라고 강조하시던 것입니다. "부모님 마음이 무슨 강철로 만들어진 줄 알고 그토록 마음을 부숴놓고 찢어놓는 말을 한단 말입니까?"라고 준렬하게 순종치 않는 자식들을 꾸짖으시는데, 힐끗 아버님 표정을 보니'아니, 교회에서 이렇게 옳은 말을 하다니'라는 듯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계시더군요. 이 모든 것이, 우리 시댁 식구들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로 느껴졌습니다. 목사님께서 매주 그런 말씀을 하시지는 않으셨으니까요.

광염교회는 정말 좋은 교회입니다. 단 한 가지, 우리 집에서 너무 멉니다! 주일 예배야 차타고 한 번에 이동한다 치더라도 주중 모임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 무리를 해서 주중에 하는 부모 교육 세미나에 가 보았는데 아무래도 무리더라구요. 돌아 오는 지하철 안에서 '하나님 왜이리 먼 교회를 다녀야 합니까?' 하고 시무룩해 있는데,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교회가 먼 것이 네 복이다.' 지금도 제가 지하철 안에서 어리둥절해 하던 느낌이 생생합니다. 이게 내 복이라니, 무슨 의미일까?

그러고 머지 않아, 근처 온누리 교회 프로그램에 하나씩 참석하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온누리 교회는 타교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역이 많답니다. 이제는 하나님이 제게 하신 말씀이 조금은 이해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더 여러가지 의미에서 이해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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