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8일 금요일

눈 치우기






기록적인 폭설이 온 이후, 거리는 온통 눈으로 말이 아니었습니다. 차들이 다니는 큰 길들이 먼저 제설작업이 진행되었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길은 한동안 회색으로 질척해진 눈들이 가득 쌓여 있었지요.
아파트 뒷쪽으로는 꽤 넓은데 차는 별로 다니지 않는, 경사는 몹시 급한 길이 있습니다.언덕배기에 지어진 아파트의 뒷길입니다. 뒷쪽으로는 거의 주택가여서 상가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 앞 도로와는 달리 인적도 드물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습니다. 눈이 온 후에는 차들의 운행이 불가능해진 그 틈을 타서 아이들이 썰매를 타고 놀기까지 하더군요! 천에 하나 백에 하나 위험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눈이 더 단단해질 텐데 싶기도 했습니다. 사람 다니는 조그만 길만 한 쪽에 나 있을 뿐, 수북히 쌓인 눈은 누가 언제 치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 창밖에서 나는 기계음에 내다보니, 와아, 대형 크레인이 와서 눈을 '긁어 떠 내고' 있었습니다.

예진이와 베란다 문을 열고 사진을 찍을 때는 그저 즐거운, 고마운 마음 뿐이었는데, 여기 이렇게 올리면서 이런 마음이 듭니다. 우리 인생의 문제들이, 마치 봄이 되어 굳어진 눈이 녹듯이, 세월이 가서 저절로 풀어지고 마지막 순간이 되어야 해결될 그런 일들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 천국에서야 우리의 남은 간구가 무엇이 더 있겠습니까- 어쩌면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크레인이 그 단단하게 다져지고 굳어진 눈을 긁어 떠 내듯 그 문제를 기대할 수 없는 시점에서 기적적으로 해결하기도 하신다는 것을 보여주신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