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4일 수요일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태연히, 명랑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마치 영주가 자신의 성에서 나오는 것처럼
감방에서 내가 나온다고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자유로이, 다정하게, 맑게
마치 명령하는 자가 나인 것처럼
간수들과 내가 대화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침착하게, 미소 지으며, 자랑스럽게
승리에 익숙한 자와 같이
불행한 나날을 인내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만

나는 정말 그들이 말하는 자와 같은 자일까?
다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자에 지나지 않을까?
새장 속의 재같이 불안하고, 그리워하다 병들고
목이 졸린듯 숨쉬려 몸부림치고
아름다운 색채와 꽃과 새의 지저귐을 갈구하고
부드러운 대화와 인간적인 교제를 그리워하고
적의와 사소한 모욕에도 분노 가운데 몸이 떨리고
큰 일이 일어나리라는 헛된 기대에 사로잡히고
멀리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다 낙심하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창작하는 데 지체 허탈에 빠지고
의기소침하여 모든 것에 이별을 고하려고 한다.

나는 누구일까? 전자일까 후자일까?
오늘은 이런 인간이고 내일은 다른 인간일까?
아니면 둘 다 모두 나일까?
사람들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자기 자긴 앞에서는 경멸할 수밖에 없는 불쌍한 약자일까?
혹은 아직 내 속에 있는 것은
이미 승패가 난 싸움에서
흩어져 퇴각하는 패잔의 군대와 같은 것일까?

나는 누구인가- 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내가 누구이건 어떠한 자이건
오 하나님 당신은 나를 아십니다
나는 당신의 것이오니

- 다이트리히 본 훼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