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6일 토요일

영어 말하기 대회


예진이가 전날 참여한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탔다고 전화를 했다. 내 처음 반응은 '거짓말!'이었다. 그러다가 하나님이 어떤 마음이신지를 생각하며 묘한 경외심이 들었다.

사실, 예진이는 작년에도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탔다. 주제도 훌륭했고 원고도 손색이 없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영어 실력이 뛰어난 큐티 모임 지체 중 한 명인 혜진 자매가 원고를 다듬어 주었고 주제는 무릎기도에서 얻었다.

예진이는 한반도 통일 뉴스를 전하는 CNN 뉴스 앵커와 각각 서울과 평양의 리포터 역할을 맡아 신나게 진행을 했다. 예진이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내가 프린트해서 우드락에 뉴스 화면도 만들었다.수상을 하든 하지 않든 그 자체로 신나고 멋진 경험이었다. 학교 대표로 나가서 할 때도, 하나님께서 이 얘기를 여러 사람에게 전하고 싶으신가보다, 예진이가 도구로 쓰이다니 참 멋지고 감사한 일이라고 기뻐했다.

 이런 긍정적인 경험이 있으니, 예진이 본인으로서도 6학년이 되어 영어 말하기 대회에 어떤 주제를 가지고 나갈까 학기초부터 관심이 많이 간 것이 사실이다. 학교 안에서 하는 작은 대회지만 6학년 마지막으로 하는 대회라느니 하는 의미를 덧붙이면서 대회를 나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드디어 나온 공문을 보니 영어 말하기 대회는 참가 신청서와 함께 원고를 다섯부 복사해서 내야 했다. 예진이와 함께 영 안잡히는 주제에 대하여 하나님께 여쭈어보기로 했다. 둘이 마루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예진이가 소리내어 기도했다.
 "하나님,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여하려고 하는데 주제를 뭐라할지 모르겠습니다. 알려주세요."
여기서 내가 예진이를 쿡 찌르며 '하나님께 영광'이라고 속삭였다.
 "주님, 상을 타지 않더라도 하나님께 영광돌릴 수 있는 주제를 주세요. 말씀해 주세요."
예진이가 그렇게 기도할 줄은 몰랐지만(내 생각으로는 예진이가 무척 상을 받고 싶어할 것 같았지만), 하나님이 그렇게 기도하게 하신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 앞에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기다렸다.
 "엄마..."
"응... 난 아직 못들었는데..."
"엄마, 난 Pink Polar bear가 떠올랐어."
"그거다!"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 대하여 주제를 잡고 원고를 쓰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잔뜩 심리학 책을 빌려오기도 하고 원고를 빨리 써야 하지 않겠냐고 채근도 했지만 원고는 영 작성되지가 않았다. 결국 원고는 마감 전날 아빠의 도움으로 겨우 작성이 되었는데, 혜진 자매나 최소한 영어 학원 선생님에게라도 검토를 받게 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무척 화가 나는 일이었다. 솔직히 나로서는 원고 제출 날짜를 하루 늦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 화를 조금이라도 가라앉힐 수 있었던 것은 금송아지를 가운데 놓고 통제불능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을 다룬 출애굽기 본문의 큐티 덕분이었다. 그래도 예진이를 울릴 정도로 화를 내긴 했다.

결국 원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되었다. 사람의 마음은 겉으로 보이지 않아서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마음은 중요하고, 생각보다 통제하기 어렵고(여기서 Pink polar bear 예가 사용된다;사람들에게 Pink polar bear만 빼고 뭐든 생각하라고 할 경우 사람들은 노력하면 할 수록 Pink plar bear 생각만 하게 된다) 그리고 - 그러기에 노력을 들여 가꾸어어져야 하는 대상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의 예로는 갈라디아서 5장 17절의 성령의 열매 아홉가지를 넣었다.

 원고를 외우는 일도 발표 전날 겨우 했다. 집에 있는 마분지에 'Don't Think about a Pink Polar Bear!'라고 쓰고 반대편에는 마음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를 커다랗게 프린트 해서 붙였다. 예진이는 눈을 반짝이며 원고를 꽤 잘 외웠다. 이런 내용을 예진이가 외우는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를 내고 발표하기까지 사이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큐티모임에서 예진이 원고 이야기를 했는데 혜진 자매님이눈을 동그렇게 뜨며 혜진 자매의 아들 4학년 지훈이의 원고 내용도 마음에 관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혜진 자매도 역시 기도하며 원고를 썼고, 나중에 얘기를 들어 보니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문까지 들어간, 지훈이의 매일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진이 원고와 전혀 겹치는 내용은 아니지만 같은 주제라는 것이 흥미로왔다. 하나님께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것일까...

사실 최우수상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예진이가 당일 발표를 잘 했고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한다. 마치고 나서 듣던 친구들이 "생각을 안하려고 하면 할수록 분홍색 곰밖에 떠오르지 않았어."라고 이야기해주었단다.게다가 유력한 최우수상 후보였던 아이가 중간에 결정적 실수로 버벅였단다. (그 친구는 우수상을 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하나님께서 만들어주신 최우수상이었다.

  6학년과 4학년은 각각 다른 날에 발표를 했는데, 어제 지훈이가 최우수상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에 대하여 말씀하고 싶으시구나, 최소한 우리 믿는 엄마들이 아이들의 마음에 대하여 기도하기를 원하시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음 월요일, 예진이와 지훈이가 방송실에서 다시 발표를 한다. 엄마들은 수요일에 모여 기도할 것이다. 주님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관심이 있으시고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 주의 뜻을 알게 하소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