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4일 수요일

예진이 이야기


아직도 예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문 앞에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들어간다. 내가 과연 준비물을 잘 챙겨왔을까, 숙제는 제대로 했겠지 등등 물어보면 걱정되는 일들을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 그렇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부적응의 그림자가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영어학원에 가면서는 - 숙제는 그 곳이 곱절이 많은데도- 그렇게 긴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며칠 전에 고무적인 일이 있었다... 예진이가 학교에 입고 가겠다고 한 원피스가 허리가 없는 옷이었다. 무늬는 이쁜데 잠옷같기도 하고 임부복같기도 한 디자인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아이들이 놀렸내고 했더니 잠옷입고 왔다고 놀렸단다. 그런데도 학원에 그대로 입고간다. 학원에서 돌아와서 학원에서도 아이들이 놀렸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미국에 처음 가서 애슐리가 벌레 붙어있는 옷 입고왔냐고 할까봐 잠자리랑 나비 무늬가 있는 쉐터를 입고가기 꺼리던 예진이었는데... 예진이의 대범함이 기분이 좋다. 어떻게 보면 2년동안의 미국에서의 생활의 좋은 부분일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는 '튀지 않게' 무척 애를 써야 한다. 튀면 놀림을 받고 또 따돌림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다. 학생답지 않다는 말 속에는 학생다움에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엄한 경고가 들어있다. 그에 비하여 미국은 '튀는 것'에 너그럽다. 안전에 위협이 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장려하기도 한다. 'THE CRAZY HAT DAY'나 'THE CRAZY HAIR DAY'같은 날에는 어떻게 하면 이상하게 보일까를 고민한 결과들로 인해 학교가 유쾌하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기 위해서 하고싶은 말을 참고, 집어들었던 옷을 다시 걸어놓고, 하고싶지 않은 화장을 하기도 했던 나의 삶을 뒤돌아볼 때 예진이의 대범함이 평생의 좋은 자산이 되기를 기원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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