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3일 목요일
커피
커피에 대하여서는 쓸 얘기가 많다. 이곳에 돌아와서 한동안 커피 파는 데에 아무데나 들어가서 한 잔씩 사마시고는 했다. 미국에서 먹던 커피 맛을 찾았던 것이다. 커피 맛이 빼어난 고급 커피가 아니라 던킨이나 동네 다이너에서 푸짐하게 따라주고, 우유를 자기 마음대로 넣어 먹던 그 커피, 한 잔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머리가 핑 도는- 내 생각에는 동부는 서부보다 좀 진하게 먹는 것 같다- 그런 즐거움을 주는 커피를 가게마다 돌아다니면서 찾았던 것이다. 미국생활 초반에는 종이컵에 타 먹는 믹스를 못잊어 사순절에 금식까지 하더니 그 반대로 된 셈이다.
이렇게 찾아 헤맨 결론은, 커피 맛이야 다 좋다는 것이다.(^^) 신선한 커피기만 하다면야 향도 맛도 다 좋았다. 원두에 대한 내 입맛이 그리 까다롭지는 않나보다.
문제는 우유인데, 쇼트닝에 화학 물질을 섞어 만들었다는 커피 크림 말고 우유를 듬뿍 넣을 수 있게 해 주는 집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모든 커피집의 메뉴인 까페 오레는 우유를 거품을 내어 덮어주는 건데 이러면 또 나의 추억의 맛과는 틀려진다.비싼 콩다방 별다방 커피에는 우유가 따로 비치되어 있어서 눈치 안보고 마음껏 따를 수 있게 해 주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세븐 일레븐에서도 커피 손님을 위한 우유가 비치되어 있는데...) 집에서 거름종이에 내려 먹는 커피에 유기농 우유를 타기도 하고 또 우유를 따로 사가지고 가서 커피에 타먹기도 하는 별 이상한 짓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커피를 마시면 잡이 제대로 안오고 하루 전체가 피곤해 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커피를 줄여야겠다는 생각, 그럼 일주일에 요 때만 커피를 마시자는 계획, 언제까지 한번 참아보자는 결심 등등을 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내 체질에는 커피가 별로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아주 어렵게 하나님께 커피에 대한 선택권을 드렸다. 하나님이 나의 필요할 때를 아실 테고, 내게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주실 수 있는 분이시라는 믿음으로 드렸다. 스스로 사 먹거나 만들어먹지 않고, 누가 주는 것은 고맙게 먹는 소극적인 금식인 셈이다. 아마 한 잔도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지난 주에 누군가 나에게 커피를 타 주었다. 참 드물게 일어나는 일인데.
생각해 보면, 커피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하지 않은 거니까. 커피의 유혹- 미친듯이 마시고 싶은 마음은 항상 과식한 이후에 왔다. 솔직히 금식할 때는 커피 생각도 안난다. 포기할 만한 것이고 또 포기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커피를 안마시면 확실히 잠을 푹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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