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달에 학원을 연장하자마자 예진이가 자기는 이 영어학원 다니기 싫다고 드러눕기 시작했다. 싸워서 학원 보내기 싫어 한 1/3은 빠지게 했나보다. 아프다고 빠지고( 학원 갈 시간 지나면 신기하게 낫고) 힘들다고 빠지고 그냥 빠지고 등등... 아무래도 내가 기도하지 않고 10월을 디자인 한 것에 대해 그 결과를 톡톡히 받는 것 같았다.
11월은 기도하고 시작하기로 하고 일단은 다니던 학원을 접기로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대기자로 있었던 다른 어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훨씬 쉽고 부담이 없어서- 사실 예진이 수준에 너무 쉬워서 보류하고 있었던 학원이었다. 기도하며 일단 그 학원에 등록을 했다.
그러고 나니, 예진이가 - 이 청개구리가 - 또 학원을 옮기기가 싫단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정이 든 것이다. 새 학원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선생님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 힘들다고 또 한바탕 투정을 부렸다.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갈만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저렇게 휘둘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당시에는 좀 짜증이 났다. 등록을 취소할 수도 있는 문제이니까, 그럼 그 학원에 다시 다니든지!
기도한다는 것 - 지금 생각하면 기도를 하며 과정을 진행하면서 내가 조급하지 않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줄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내 계획대로 내가 짠 스케쥴 대로 아이에게 따라오라고 하는 엄마가 되지 않기를 기도했다. 하나님이 가장 좋은 시간표를 우리에게 알려주시기를 기도했다. 예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 마음대로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내가 한 발 물러나자, 예진이는 자신이 이 영어학원을 떠나기를 서운해 하면서도 또 다니기를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내가 밀어붙이지 않으니 우기지도 않았다. 그리고 함께 - 때로는 각자- 어떤 것이 가장 좋은 길일지를 기도했다.
예진이도 나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무엇이 최선인지 스스로 알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예진이는 하루는 이 학원에 다닌다고 했다가 다음 날은 그만다니겠다고 했다가를 반복하면서, 자신 스스로도 자신을 잘 모른다는 사실, 우리가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본래 다니던 학원이 끝나는 날짜랑, 새 학원이 시작하는 날짜가 일주일 정도 겹쳐있었기 때문에 예진이는 두 학원 다를 다녀보고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사실, 좀 벅찬 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두말없이 (한 번 기존 학원을 빠지기는 했지만) 거의 매일 번갈아 영어학원을 다녔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기존 학원에 가는 날이다. 예진이는 새 학원이 너무 쉽고 숙제도 적어서 좋다고 한다. 기존 학원에 읽기와 쓰기를 엄청 시키는 학원이었다면, 새 학원은 주로 말하기를 하는 학원이다. 게임도 많이 하고 수업시간이 재미있다고 한다. 오늘 이후부터는 예진이의 시간이 많이 비겠다.
이제 내가 읽기랑 듣기는 가지고 있는 교재로 지도를 해야 할 것 같다. 홈스쿨링을 하는 분들을 예전부터 존경하고 있었는데, 이건 엄마표 학원 운영이다. 이 실력은 되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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